Skip to content

조회 수 81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열일곱 살 되던 때에 나는 한 소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깊은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은 로에지 기르타네르였었다.   .

 
그 소녀는 나를 모를 뿐 아니라 나에 관해 묻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괴롭게 느끼면 느낄수록 눈앞에

 

그 소녀의 모습이 언제나 사실처럼 생생하게 나타나

 

내 심장에는 검푸르고 뜨거운 파도가 넘쳐흐르며,

 

맥박의 말초신경에 이르기까지 이상할정도로 따끔따끔 아파 오는 것이었다.

 

내가 만일 이 시간에 죽는다면 그 소녀는 알지도 못할 테지.

 

그것에 대하여 물어보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으리라!

 

나는 그 소녀를 위하여 깜짝 놀랄 일을 하고 싶었다. 

 

또한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도 모르게 선물을 하나 보내고도 싶었다.


방학이 끝나는 전날, 나는 애써 얻은 꽃을 내 사랑 그녀에게 바쳤다.

 

 나는  알프스의 들장미가 철늦도록 피어있는 곳을 몇군데 알고 있었다.

 

그것은 낭떠러지 바위틈에 여기저기 흩어져 피어 있어 매우 꺾기 힘든 아름다운 꽃이었다.

 

그렇다. 이것이 아니면 안 되었다.

 

청춘과 사랑에는 불가능한 게 없으므로

 

나는 손등을 찢기며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였다.

 

 

 

 

 

 

 

 


조심조심 억센 가지를 꺾어 그것을 손에 잡았을 때는

 

위험한 곳이었으므로 환성을 지를 수는 없었으나,

 

가슴은 기쁨에 가득차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꽃을 입에 물고 뒷걸음질하여 내려와야 했다.

 

 나는 그만큼 대담한 소년이었으나

 

내가 어떻게 해서 절벽 밑까지 내려왔는지는 하느님밖에 모를 일이었다.

 

 

산 전체에 알프스 들장미꽃이 피는 계절은 벌써 지나서,

 

내가 꺾은 것은 그해 마지막으로 봉오리를 피우고 있는 들장미였었다.

 

그 이튿날 고향을 떠나서 그녀가 있는곳까지  무려 다섯 시간 동안이나

 

나는 그 꽃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내 심장은 아름다운 로에지가 있는 곳을 향하여 힘차게 뛰었다.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다락방으로 올라가 나의 상자를 열고 큰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좋은 종이가 아니었다.

 

나는 거기에다 알프스의 들장미를 올려 놓고 집에서 가져온 노끈으로 정성들여 묶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사랑의 선물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진실한 마음으로 그것을 들고 그녀가 사는 집으로 갔다.

 

그리고는 가장 좋은 틈을 타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가

 

저녁 어두컴컴한 현관에서 잠시 주위를 살피고 나서는

 

그 모양없고 볼품없는 꾸러미를 넓고 훌륭한 층계 위에 가만히 내려 놓았다.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였다.

 

그리고 로에지가 과연 이것을 보았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나는 그녀의 집 층계에다 들장미 한 송이를 놓기 위해 절벽을 기어올라가는데 내 생명을 걸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쾌감과 비애와 시가 들어있어 나는 기쁘게 그 일을 했을뿐이다.

 

이러한 나의 첫사랑은 끝맺음이 없이

 

의문을 가진 채 영원히 미해결의 상태로 나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지금도 나는 조용한 눈동자를 가졌던 그 소녀보다

 

더 고상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을 알 수 없다.

  

헤르만 헤세의 " 향수 " 中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 인생의책 세권 하늘호수 2010.07.28 766
» 헤르만 헤세의 " 향수 " 하늘호수 2010.07.28 814
82 빌게이츠가의 자녀교육 10훈 하늘호수 2010.07.28 882
81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말 하늘호수 2010.07.21 925
80 용서하는 용기, 용서 받는 겸손 하늘호수 2010.07.18 836
79 베푸는 마음 행복한 마음 하늘호수 2010.07.18 1061
78 마음이 맑아지는 글과 그림 하늘호수 2010.07.10 963
77 인생수업 하늘호수 2010.07.10 781
76 어느집 며느리의 고백 하늘호수 2010.07.07 726
75 성전신축 십조 장경조 2010.06.28 703
74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하늘호수 2010.06.16 786
73 전국 피정의 집 자료 하늘호수 2010.06.16 1601
72 획 하나의 차이 하늘호수 2010.06.10 871
71 장미를 좋아하시나요~~~ 1 하늘호수 2010.06.07 796
70 이런 남편이 있을까? 방토마스 2010.06.03 814
69 +♡+ 아침에 행복해 지는 글 +♡+ 1 하늘호수 2010.05.31 823
68 세 가지 주머니 하늘호수 2010.05.31 879
67 지혜의 창고 두뇌 방토마스 2010.05.13 912
66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엔 태파노 2010.05.01 856
6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이진우(다니엘) 2010.04.22 705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 14 Next
/ 14
미 사 시 간
19:30
10:00
19:30
10:00
18:00
주일 07:00 10:30

예비신자 교리반 안내
구 분 요 일 시 간
목요일 20:00

진주시 공단로 91번길 26 상평동성당
전화 : 055-752-5922 , 팩 스 : 055-753-5922

Copyright (C) 2020 Diocese of Masan. All rights reserved.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