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진주시에서 확산세가 그치질 않아, 진주시에서 ‘잠깐 멈춤’이라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영성 가운데 하나의 가르침임 “멈춤”이라는 가르침이 세상에 전파되고 있는 것 같아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무릇,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분심에서 잠시 떨어져 자신을 살피는 시간을 갖는 것은 복됩니다.
이 “멈춤”이 우리 상평성당 가족분들에게 축복이 되길 기도합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주님과 얼마나 대화하십니까?
여러분은 삶 속에 얼마나 주님께 청하고 계십니까?
주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과 주님과의 관계 속에서 ‘순서’라는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3-16)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세상의 ‘소금과 빛의 비유’. 우리는 이 비유의 말씀에 대해서 의외로 빛과 소금의 비유로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어떻게 아시든 관계가 없지만, 소금의 비유가 빛의 비유 앞에 놓여 있다는 순차적인 이해는 우리의 신앙생활을 새롭게 조명합니다.
소금이라는 내적 생활과 빛이라는 외적 생활의 순서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현대 영성가이신 헨리 나웬 신부님께서는 주님과 함께 있고, 주님으로부터 파견받아 활동하기 위해서는 ‘비즉응성(非卽應性, unavailability)’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비즉응성이란 사도적 요구가 들어왔을 때 즉시적으로 응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부님은 사도적 활동이 아무리 하느님 나라 건설에 관련된 것이라 해도 즉시 응답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고 있지요. 만약 무슨 부탁이든 그때그때 즉각적으로 응답한다면 하느님의 일을 내 일로 만들어 버리고, 그렇게 되면 더는 주님으로부터 파견받은 자가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비즉응성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자직의 두 가지 본질, 즉 ‘주님과 함께 있음’과 ‘주님이 파견해서 활동하게 함’의 우선순위를 바꾸어 살고 있습니다. 즉 소금이라는 짠 맛 보다는 빛이라는 외적 밝음에 중심을 두고 있지요.
이 비즉응성의 원칙을 가장 모범적으로 살아가신 분은 바로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하느님께 파견 받아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자주 조용한 곳으로 물러나시어 하느님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가지셨다. 예수께서는 복음을 전하시고 병자들을 치유하시면서 그때그때 응답해야 할 요구도 많았지만, 자주 외딴곳으로 물러가시어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하면서 아버지의 뜻을 찾으셨지요.
비즉응성을 살아가는 것을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첫째, 만약 비즉응성을 살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파견 받은 사람이 아니라 자칭 파견된 사람이 되어 살아갈 것입니다. 둘째, 비즉응성을 살아가지 않는다면 우리의 내적 상태는 무질서함과 피곤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사도직 수행에 필요한 힘과 권위는 주님에게서 오는 것인데, 주님과 함께 고독 속에 머물며 그러한 힘과 권위를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우리의 소명을 완수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지 않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복음이라는 말씀이 분주함 속에 숨 막혀 죽어버리고, 남은 것은 사업가 정신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수님께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활동하기보다는 일 중심, 이해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지요. 주님께서 우리를 제자로 불러주신 첫째 이유는 주님과 함께 있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직분을 소홀히 하고 사도직 요구에 즉시즉시 응답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은 더 ‘파견된 자’가 아니라 ‘자칭 파견된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칭 파견된 자’는 주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스스로가 삶의 주제자가 되어서 앞을 향해 달려갑니다. ‘자칭 파견된 자’는 주님의 뜻보다는 자기 뜻과 영광을 찾아서 행위를 하기에 질서 잡힌 내적 세계를 갖지 못하지요. 주님께서 여러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분의 말씀을 접해보십시오. 그분께서 얼마나 여러분을 사랑하시며, 얼마나 여러분을 기다리고 계시는지 여러분을 체험하고 그 체험 속에서 파견받은 제자로서의 힘을 받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 주목하십시오. 4절 말씀이지요.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주님께 어떤 것을 청하기 전에 먼저 주님 안에 머무르십시오. 주님과 대화하시고 주님의 말씀, 성경을 가까이하십시오. 그리고 사람들에게서 주님을 찾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주님을 직접 찾으십시오. 주님은 늘 우리 가운데 계시기에 당신 자신을 숨기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나 스스로 주님의 가지로서 주님의 안에 머무르려고 노력하지 않았음을 고백하십시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십시오.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주님께서는 많은 열매는 보장하실 것입니다.
여러분의 말을 하는데, 잠시 멈추십시오. 너무 빠릅니다.
여러분의 행동을 하는데, 잠시 멈추십시오. 너무 빠릅니다.
여러분의 판단을 하는데, 잠시 멈추십시오. 너무 빠릅니다.
여러분의 말과 행동, 판단을 하는데에 있어서 늘,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시어, 그 평화를 지키시고, 그 평화를 나누시길 기도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부활하셨습니다.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