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1.08.23 09:06

가을편지~이혜인

조회 수 4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가을 편지 / 이해인 ♣ 

  

  

        

   


 
 
  

         

  
2

호수에 하늘이 뜨면
흐르는 더운 피로
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
당신의 크신 손이
우주에 불을 놓아
타는 단풍잎
흰 무명옷의 슬픔들을
다림질하는 가을
은총의 베틀 앞에
긴 밤을 밝히며
결 고운 사랑을 짜겠습니다

 

     

  

3

세월이 흐를수록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옛적부터 타던 사랑
오늘은 빨갛게 익어
터질 듯한 감홍시
참 고마운 아픔이여

         


4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
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 가
흙의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
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
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입니까
 
  

     

  

5

감사합니다, 당신이여
호수에 가득 하늘이 차듯
가을엔 새파란 바람이고 싶음을,
무량한 말씀들을
휘파람 부는 바람이고 싶음을
감사합니다

  
 

    

 

 
6

당신 한 분 뵈옵기 위해
수없는 이별을 고하며 걸어온 길
가을은 언제나
이별을 가르치는 친구입니다
이별의 창을 또 하나 열면
가까운 당신

 
  

     

   


7

가을에 혼자서 바치는
낙엽빛 기도
삶의 전부를 은총이게 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의 매일을
기쁨의 은방울로 쩔렁이는 당신
당신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8

가을엔 들꽃이고 싶습니다
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
빈 마음 가득히 하늘을 채워
이웃과 나누면 기도가 되는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파란 들꽃이고 싶습니다
 
 
 


 
 


9

유리처럼 잘 닦인 마음밖엔
가진 게 없습니다
이 가을엔 내가
당신을 위해 부서진
진주빛 눈물
당신의 이름 하나 가슴에 꽂고
전부를 드리겠다 약속했습니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손잡기 어려운 이여
나는 이제 당신 앞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10

이끼 낀 바위처럼
정답고 든든한 나의 사랑이여
당신 이름이 묻어 오는 가을 기슭엔
수만 개의 흰 국화가 떨고 있습니다
화려한 슬픔의 꽃술을 달고
하나의 꽃으로 내가 흔들립니다
당신을 위하여
소리없이 소리없이
피었다 지고 싶은
 
 


 
 

11

누구나 한번은
수의를 준비하는 가을입니다
살아 온 날을 고마워하며
떠날 채비에
눈을 씻는 계절
모두에게 용서를 빌고
약속의 땅으로 뛰어가고 싶습니다


 
 

 
  
 
12

낙엽 타는 밤마다
죽음이 향기로운 가을
당신을 위하여
연기로 피는 남은 생애
살펴 주십시오
죽은 이들이 나에게
정다운 말을 건네는
가을엔 당신께 편지를 쓰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직은 마지막이 아닌
편지를 쓰겠습니다
 
 
 
 
 
 
이동원
 

 

 

신영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4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말 하늘호수 2010.07.21 925
183 빌게이츠가의 자녀교육 10훈 하늘호수 2010.07.28 882
182 헤르만 헤세의 " 향수 " 하늘호수 2010.07.28 814
181 인생의책 세권 하늘호수 2010.07.28 766
180 작은 동네 음악회를 기다리며 태파노 2010.08.06 915
179 화가 날 때에는 침묵을 지켜라 하늘호수 2010.08.25 774
178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하늘호수 2010.08.25 680
177 가을이 오면... 하늘호수 2010.08.25 651
176 복을 주는 하늘나라 77번지 하늘호수 2010.09.08 632
175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 하늘호수 2010.09.08 1289
174 103위 그림 성인전 하늘호수 2010.09.08 708
173 마음의 반은 비워 두겠습니다 하늘호수 2010.09.17 680
172 가을이 오는 소리 하늘호수 2010.09.17 686
171 지갑에 담긴 사랑이야기 하늘호수 2010.09.30 796
170 당신과 나의 가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호수 2010.09.30 765
169 마음에 담아두면 좋은 삶의10계명 하늘호수 2010.09.30 661
168 나를 생각하게 하는글 하늘호수 2010.10.04 622
167 영원과 하루 / 150년만의 공개 가톨릭 신학교 하늘호수 2010.10.04 811
166 사랑해요~미안해요~ 하늘호수 2010.10.18 820
165 마음으로 사람을 볼 수 있다면 하늘호수 2010.10.18 723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
미 사 시 간
19:30
10:00
19:30
10:00
18:00
주일 07:00 10:30

예비신자 교리반 안내
구 분 요 일 시 간
목요일 20:00

진주시 공단로 91번길 26 상평동성당
전화 : 055-752-5922 , 팩 스 : 055-753-5922

Copyright (C) 2020 Diocese of Masan. All rights reserved.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