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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3 09:05

이승의 나그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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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의 나그네여


이승의 나그네여
가져갈 수 없는 그 무거운 짐에
미련을 두지마오

빈 몸으로 와서
빈 몸으로 떠나가는 인생 또한
무겁기도 하건만
그대는 무엇이 아까워
힘겹게 이고 지고 안고 가나

빈 손으로 왔으면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거늘
무슨 염치로 세상 모든 걸 가져 가려 하나

긴 밤에 꾼 호화로운 꿈도
깨고 나면 다 허무하고도 무상한 것

어제의 꽃피는 봄날도
오늘의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질 않는데
그대는 지금
무엇을 붙들려고
그렇게 발버둥을 치고 있나

발가벗은 몸으로 세상에 나와
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
이것 저것 걸쳐 입고
세상 구경 잘하면 그만이지
무슨 염치로
세상 모든 것들을 다 가져 가려 하나

황천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건만
그대가 무슨 힘이 있다고
무겁게 애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어차피 떠나야 할 그 길이라면
그 무거운 짐이랑 다 벗어 던지고
처음 왔던 그 모습으로 편히 떠나 보구려

이승 것은 이승 것
행여 마음에 두지 마오

떠날 때 맨몸 덮어 주는
무명천 하나만 걸쳐도
그대는 그래도
손해 본 것은 없지 않소


= 김지명의 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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