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버리지 못할 때
주님,
저에게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어지럽게 흔들리는 마음의 저를
버리지 못해
저는 너무나도 비천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님,
제 영혼의 회색 안개들을 거두어 주소서.
교만의 안개 불안의 안개가
앞을 가리고 있습니다.
저로 하여금 푸르게 빛나는
촛불 하나를 켜게 하시고
안개 걷힌 빈집에다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채워 주시어
아름다운 하느님의 숲
아늑한 개울가에서
고통의 짐을 풀게 하소서.
주님,
제 영혼에 가득 찬
검은 연기들을 없애 주소서.
이기심의 연기 불만의 연기
자기 폐쇄의 연기가
저를 채우고 있습니다.
저를 복잡하게 만드는
또한 어둡게 만드는 것들을 없애 주시어
저로 하여금
단순하고도 투명한 영혼으로
하늘을 숨 쉬게 하소서.
제가 자신을 버리고
사물을 바라보거나 떠올릴 때
제 영혼에는
하느님의 상쾌하고도
따스한 평화가 어리는 것임을
체험하게 하소서.
저를 깨끗이 비울 때
비로소 순간에서부터
영원의 물소리를 듣게 되는 것임을
체험하게 하소서.
아멘.
- 기도가 그리운 날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