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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글 : 박완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루카 6,31) 주님, 원수를 사랑하고 보복하지 말라니요. 누굴 바보로 아십니까.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 중에도 맹수의 서식지나 다름없는
    이 무서운 경제사회에서 좌충우돌 도처에 원수도 만들면서 요령껏 살아 남은 약아빠지고 질긴 인간이올시다. 이렇게 살아남는 동안 가장 큰 힘이 된 게 있다면 원수진 이들을 미워하고 언젠가 복수해줘야지. 하는 앙칼진 앙심이었습니다. 그런 복수심 없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이만큼 살림을 일굴 수가 있었겠습니까? 아무리 주님 말씀이라 해도 그것만은 따를 수가 없어서 저는 주님 곁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으로부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멀어질수록 불안해집니다. 추운 날씨도 아닌데 떨리기까지 합니다. 주님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든든한 백을 잃은 것처럼, 양지에서 음지로 쫓겨난 것처럼 초라하고 온몸이 시립니다. 주님이 뭐관대 저는 얼마 못 가서 다시 주님을 돌아다봅니다. 아직도 주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너희를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해주고 너희를 학대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 그리고 누가 빰을 치건든 다른 빰까지 내주고 누가 겉옷을 빼앗거든 속옷까지 내주라고요? 아이고, 주님. 점점 더하시는군요. 아무리 주님 말씀이라도 그리는 못하겠습니다. 누구 거지 되는 꼴 보시겠습니까? 한때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주님을 떠나기로 합니다. 다시는 안 돌아올 작정으로 말입니다. 주님 백 없이도 초라하거나 춥지 않으려고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말입니다. 아주아주 멀리 도망칠 작정으로 걸음을 빨리합니다. 문득 무서워집니다. 길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건 앞으로 갈 길이 아니라 주님에게로 돌아갈 귀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돌아갈 길을 잃어버린다는 건 상상만 해도 가슴이 떨립니다. 제 진짜 마음은 돌아가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내가 돌아가고 싶어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주님이 나를 기다리니까 할 수 없이 돌아가주는 거라고 생각하려 듭니다. 주님이 불쌍해 집니다. 혼자서 외롭고 슬픈 얼굴로 저를 기다리고 계실 테니까요. 그래, 나를 위해서가 아니야. 주님이 가엾어서 돌아가주는 거야. 그리고 돌아섭니다. 아주 멀리 떨어진 줄 알았는데 주님은 바로 제 뒤에 계십니다. 그러나 주님의 슬프고 외로운 표정만은 제가 상상한 대로입니다. 주님이 다시 입을 여십니다. 또 그 지겨운 설교를 계속하실 모양입니다. 다시 주님을 배반할 채비를 해야겠습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그 말씀에 저는 도망치기를 단념합니다. 아이고 주님, 저는 별 수 없이 주님의 발아래 몸을 던집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원수를 만들었습니다. 하다못해 자식까지 저는 원수였습니다. 저는 매일매일 원수질 짓만 하면서도 저는 원수로부터 용서받기를, 사랑받기를 갈구해 마지않았습니다. 아아, 그것을 반대로 할 수만 있다면 주여, 제 영혼이 당장 나으리이다. ≪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묵상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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