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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주님~  왜 이랬다 저랬다 하십니까?
저는 헷갈려서 도무지 무어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오른 눈이 죄를 지으면 그 눈을 빼어 던져 버려라.
오른손이 죄를 짓거든 그 손을 찍어 던져 버려라. 하시 길래
저는 당신으로 부터 숨고 싶었습니다.

 

차라리 당신을 모른다 하는 게 낫지,
마음으로 악한 생각을 좀 품었기로서니
어떻게 제 몸의 한 부분을 잃겠습니까?

당신을 만나러 오는 도중에도

아름다운 이성을 향해 한눈파는 재미,
쇼윈도에 진열된 고급스러운 물건에 대한 욕심,
나보다 잘된 친구에 대한 질투로 마음이 산란했지만
또한 그런 잡념으로 인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기까지 이룰 수 있는 활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신 말씀대로 하자면
우리가 千手千眼을 타고 났다고 한들
어찌 털끝 하나라도 남아나리까?
이렇게 무섭기만 한 주님이라면
그의 눈에 띄기 전에 얼른 도망쳐 버리자,

 

괜히 어물 쩡 거리고 있다가
그의 수제자라도 되는 날엔 큰일이다 싶어
막 꽁무니를 빼려는 차에
원수를 사랑하라니요?
앙갚음도 하지 말라니요?
누가 오른 뺨을 치거든 왼뺨까지 내주고
오리를 같이 가자거든 십리를 같이 가주라니요?
누구를 바보 천치로 아시나봐.
아니면 도망치려는 우리를
슬그머니 붙들어보려는 미소 작전이던지,

 

문득 아아,
그렇군요.
당신으로부터 멀어지려던 발길이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이랬다저랬다 하시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당신이 일관되게 설하신 것은
자신에 대한 엄격함과
이웃에 대한 한없는 너그러움과 사랑이었습니다.

 

자신속의 악을 가차 없이 무섭게 다루라는 뜻이지,
남에게 그토록 무섭게 굴란 말씀이 아니셨습니다.
당신이 하신 가혹한 무서운 말씀은
다 자기 성찰에 해당되는 꾸지람이지
결코 남에 대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조금도 어렵게 말씀하신 게 아니었는데도
저의 간교한 마음이 못 알아들은 척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알아들을 수 있어도 실천은 불가능 했으니까요.

 

우리는 당신 말씀과 정 반대로 살아 왔거든요.
내 잘못에 대해서는 한 없이 너그럽다가도
남의 잘못을 밝혀내는 데는
얼마나 눈 밝고 가혹한 심판관이었는지는
당신이 누구보다도 잘 아실 겁니다.
오죽해야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겠습니까.

 

마치 가장 가까운 이웃끼리,
동포끼리, 척을 지고 사는 우리 사정을
꿰뚫어 보신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주님 북한에서 우리를 원수라고 부르고
예전엔 우리도 북한을 원수로 삼았었지요.
요새도 북한이 어렵다는 말을 들을 때면 속이 상해
" 아이고 이 웬수야' 소리가 저절로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미워서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한창 가난하여 자식을 배불리 먹일 수 없을 때
우리 엄마들은 칭얼대는 아이들을 두들겨 패면서
"이 웬수야"라고 야단을 쳤지요.
우리는 예전 부터 가장 친한 애정 표현을 그렇게 해 왔습니다.
원수야말로 사랑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이입니다.

 

가장 무서운 건 원수지간이 아니라
사랑도 미움도 없는 무관심입니다.

 

주여, 바로 벽 하나 사이로
무관심속에 방치된 이웃을 발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원수야 ,
여기서 혼자서 무엇하고 있었느냐고
욕하며 따뜻하게 부둥켜안게 하소서.

 

하루하루 무관심해지려는 북한 동포들하고도
" 이 웬수야 속 좀 작작 썩여라"  하며
서로 욕하며 대화하게 하소서

 

 - 마태 5. 44
“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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