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등의 짐
정 호 승
내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등에 있는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 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한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도 알았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겸손과 소박함의 기쁨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등의 짐 때문에 나는 늘 나를 낮추고
소박하게 살아 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기쁨을 전해 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야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내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하였습니다.
내나라의 짐, 가족의 짐, 직장의 짐,
이웃과의 짐, 가난의 짐, 몸이 아픈 짐,
슬픈 이별의 짐들이
내삶을 감당하는 힘이 되어
오늘도 최선의 삶을 살게 합니다.
정호승님 의 <내인생의 힘이 되어준 한마디> 중에서
<타우 십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