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성월...이름 없는 풀꽃

by 하늘호수 posted Sep 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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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성월
 
 
 
이름없는 풀꽃

9월은 우리 신앙의 선조들을 기리는 순교성월이다.
이 기간 동안이라도 조금 더 각별한 마음으로 순교의 믿음을 새기고
순교의 정신을 기리며 지냈으면 한다.

우리 나라는 세계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방법으로 천주교가 전래되었고,
거룩한 순교의 피 위에서 영광의 꽃을 피웠다.
다른 나라와 같이 선교사들에 의해 그리스도교의 진리가 전해진 것이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던 선각자들에 의해 종교 이전에 학문으로 연구되다가
그 안에 진리가 담겨 있음을 깨달은 그들이 한 사람을 북경으로 보내
그곳에서 교리를 배우고 세례를 받고 들 어왔고,
세례를 받고 돌아온 사람은 함께 진리를 추구하던 선각자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공동체를 이루어 이 땅에 교회가 서게 되었다.

그러나 천주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천주교의 가르침은
당시 유교사상의 계급사회에 반하는 것이었으므로
천주학은 박해의 대상이 되었다.
역관 김범우의 순교를 시작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첫 백년은
실로 장엄한 순교의 세월이었다.
수많은 신자들이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수많은 순교자들이 탄생하였다.

한국교회의 첫 사제였던 김대건 안드레아는 순교의
피로 점철된 한국 천주교회사에 우뚝 서 계신 분이다.
26년의 짧은 생애와 죽음은 모든 한국 천주교인들의 가슴에
신앙의 의미 를 깊이 새겨주었다.
우리는 그의 서한을 통해 한국 교회의 어려운 상황에서 신앙을 키워간 모습과
그의 놀라운 결단력과 하느님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한 젊은 신부의 가슴속에 흐르던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복음 전파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어 가슴 뜨거워진다.

장안의 구경꾼들이 모여든 새남터 형장에서도
김대건 신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열정으로 신앙을 증거했다
"여러분 귀를 기울여 내 말을 들어 주시오.
내가 외국인과 만난 것은 천주를 위해서입니다.
그 천주를 위하여 나는 죽어갑니다.
나의 영원한 생명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여러분도 영생을 얻으려면 천주를 믿으십시오.
천주는 결코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순수한 믿음을 지녔기에 행복했던 사나이 김대건 신부를 기리며
가을 하늘을 우러러 본다.
그 하늘 밑에서 김대건 신부의 믿음처럼 강한 믿음으로,
열정으로 살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지닐 수 있기를 그분께 간청드렸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수많은 유명 무명 순교자들의
피로써 지켜낸 순교의 믿음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두 손 모아 빈다.
순교의 피, 순교의 믿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라 뜨거운 아픔을 삼켰다.

순교성월이 시작되기 전에 해미읍성과 순교성지를 순례했다.
해미 읍성은 가장 많은 민초들이 주님을 증거하다 순교한 곳이다.
모진 고문으로 더이상 버틸 수도 없는 몸으로 호야나무에 매달려
다시 고문을 당한 순교 선조들의 모습이 떠올라 눈을 감아버렸다.
모든 순교자들은 "나는 천주를 위하여 죽어갑니다.
나의 영원한 생명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라는 말을 외치며 돌아가셨다.
그 지독한 죽음의 고통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의 사랑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순교 성인들은 그분의 사랑을 증거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것이다.

순교 성인들 덕분에 편한 신앙셍활을 하고 있는 우리는
그고통의 의미를 얼마만큼 깨닫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무심한 듯 청아한 가을 하늘은 그날의 그 지독한 고통의 절규를 넘어선
순교 성인들의 빛나는 영광의 얼굴 같아 눈물겹다.
이제 그분들은 하느님의 나라에 드시어
영원히 빛나는 평화로운 얼굴로 계시리라.
순교 성월을 보내며 순교성지 느티나무 등걸에 기대어
황동규 시인의 '해미읍성에서'를
나직히 읊조렸다.

해미읍성 순교터를 돌아보며 예수가 말했다.
"저들처럼 이름도 없이
두 팔 제대로 벌리고 달릴 십자가도 없이
나뭇가지에 아무렇게나 달려 건들거리거나
흠씬 매맞아 죽은 사람은
인간적으로 나보다 웃길이지."
잠시 생각하고 불타가 말했다.
"저기 이름없는 풀꽃이 피어 있네."
흐린 봄하늘에서 눈을 거두며 예수가 속삭이듯 말했다.
"거기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닐까?"
불타는 개망초에 코를 대며 싱글댔다.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네」에서
류해욱 신부 지음 / 바오로딸 펴냄

 

"103위 한국 성인들이 천상의 모든 성인들과 함께
전구해 주시도록 기도 합시다"

[성인 한분씩 사진을 클릭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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