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by 태광훈 posted Mar 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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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來不似春>
참으로 봄 같지 않은 시절 지나며 제 때에 꽃을 못 피우던 매화, 목련, 산수유,
벚꽃이 범벅이 되어 한꺼번에 만화방창 (萬化方暢)을 이루었습니다.
잔인한 달은 4월이 아닌 3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봄이 오면 내 맘에 핀 꽃도 따갈 처자를 기다리던 애절함도, 먼 산 아지랑이
속에서 너울너울 춤추며 오던 봄 처녀도 이제는 잊혀야 하려는지…….
우리의 자랑스럽던 4계절의 하느님 창조 사업도 하찮은 인간의 노아 이후의 또
한 번의 거역으로 사라지고 말 것인지 걱정입니다.
윤달 끼인 늦은 부활절이 사순의 꼬리를 물고 뒷따름니다.
남을 위하는 일(나를 위하는 일) 얼마나 어려운데, 성령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될 것이라 생각하는 이 바보에게는 일 년 열두 달 모두가 부활이고 탄생의 의미를
가짐을 이제는 조금 깨닫습니다. 그래서 저는 “철부지”입니다.
또 몸만 부치고, 엉덩이만 데려대면 공동체인줄 착각했음도 이제는 깨닫게 됩니다.
우리 본당에는 지금 봄이 한창입니다. 이 홈-페이지도, 주보도, 또 많은 꽃들이
봉우리를 열고나옵니다. 모두 즐겁게 꽃노래 부르며 봄나들이 갑시다.